육식러들 사이에서 꽤 화제가 되고 있는 핑크 솔트(Pink Salt) 숯불 구이. 인스타그램에서 보기만 하다가 아내의 시험이 끝난 것을 기념하여 가보기로 했다. 🎉 나는 사실 소고기를 잘 아는 편은 아닌데 아내는 소고기의 고장, 소고기의 원조 횡성 근처에서 항상 한우를 먹으며 자라왔기에 상당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각 부위의 맛을 꿰뚫고 있어서 나는 반론의 제기 없이 조용히 따르는 편이다. 물론 따르는 게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튼, 핑크 솔트는 합정역 근처에 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예전 준희빈 호텔이 있던 곳을 리노베이션 하여 들어갔다. 매입은 아닌 것 같고, 임차를 해서 들어간 듯 하다. 내부는 완전히 식당으로 바꿔서 호텔을 개조한 것이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편은 아니다. 외관은 거의 ..
용산역 철길 근처에는 해방 이후 주거지가 형성된 이후 지금까지 큰 개발 없이 존속하고 있는 지역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용산역이 부설된 이후 군사시설과 철도시설, 차량정비소 등이 위치해 있었던 현재 국제업무지구 부지 옆으로 오래된 저층 주거지이다. 청량리로 가는 중앙선이 크게 환상형으로 도는 안쪽 지역이기도 하다. 2016년 경 자취할 때 서부이촌동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 지역을 조금은 더 잘 아는 편인데,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외부 방문객이 많지 않았고 음식점도 거의 지역 오피스 인구들을 대상으로 한 한식들이 대부분이었다. 빕구르망을 받은 오근내 닭갈비가 대표적인 맛집인 정도? 그런데 2~3년 전부터 조금씩 흐름이 변화했는데, 작은 주택들을 개조해서 스튜디오도 들어오고, 카페도 생기면서 유동인구가 점차 ..
때는 바야흐로, 작년 9월, 유튜브 월드를 뜨겁게 달군 한 편의 비디오 클립이 있었으니, https://www.youtube.com/watch?v=SmTRaSg2fTQ 언제나 멋진 팀들을 발굴해주는 온스테이지의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춤이며 복장이며,, 정말 몇 번을 돌려봤는지 모르겠다. 이름하야 의 '범 내려온다' 되시겠다. '이날치'는 조선에 활동했던 명창 중에 명창인데, 이를 계승한 이름으로 21세기에 활동하는 힙한 판소리 그룹이라, 판소리의 시원시원한 지름과 감각적인 베이스가 깔린 그루브로 J-POP(조선팝)이라고 불리며 바람몰이를 하고 있으니! 그들이 그동안 조금씩 조금씩 노래를 하나씩 발표하더니, 급기야 정규 1집 앨범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를 묶어 오늘의 공연을 하게 되었도다. 공연..
코니카의 마지막 역작, 헥사 AF의 사일런트 모드 Silent mode 의 설정 방법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사람들이 코니카 헥사 AF을 쓰면서 가장 원하는 기능 중 하나도 바로 이 사일런트 모드일 것이다. 오리지널 블랙 모델은 공장 출고 시에 이미 설정되어 있지만, 실버, 라듐, 백금 모델과 같은 다른 모델들은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다. 블랙 모델에 비해 실버 모델이 조금 더 소리가 크고 음도 높다. 이건 셔터음 뿐 아니라 필름 이송하는 모터 소리도 다 다른데, 차분한 블랙이 더 마음에 들지만 실버의 외관을 포기할 수 없다면 펌웨어의 변경으로 사일런트 모드로 진입할 수 있다(물론 완전히 같지 않다). 해외포럼에서 알려준 방법인데, 실제로 본인이 이 방법으로 했고 그리 어렵지는 않다. 출처는 아래..
유럽의 발흥 - 비교경제사 연구 양동휴 지음 유럽은 어떻게 아시아를 앞지르게 되었을까 유럽은 원래부터 잘 나가지 않았다 인류사가 쓰이기 시작한 비교적 긴 시간 동안, 현재 유럽으로 통칭되는 일대가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외치기 시작한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더듬어 보면 소위 인류 4대 문명이라는 지역도 유럽과는 비교적 떨어져 있으며, 세계인의 삶에 획기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되는 종이, 화약과 같은 상품들도 중국에서 먼저 발명되었다. 19세기 중반, 영국이 중국에 1,2차 아편전쟁을 일으킨 배경에도 무역상품의 불균형, 즉 영국이 중국에 팔 만한 거라고는 아편이 큰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도리어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 생산되었던 상품들은 비교적 최근의 시기까지도..
독일 근현대 주거건축 - 독일 근현대 주거건축의 양식과 미학적 전통 전남일 지음 주거 건축의 양식과 형태에 대하여 20세기 주거건축의 연대기 도시 속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걷다 보면 도로와 도로 사이, 빼곡히 들어선 건물들 속에서 각각의 건물들을 살피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렇게 많은 건물들을 졸업앨범처럼 하나씩 보다 보면, 수많은 건물들의 외양과 형태 속에서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발견할 때가 있다. 돌출된 창의 모양이라던지, 장식적인 측면이 가미된 벽감, 넓게는 재료의 사용이나 구축 방법에서 그 유사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단일한 도시 공간 속에서도 서로 다른 건물들의 혼재된 모습은 시간의 지층이 수평적으로 펼쳐져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는 한다. 그 중에서도 주거공간은 그 경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유..
들어서는 순간 에스프레소를 기본 2잔은 먹게 된다는, 그런 곳이 있다는 카페를 잡지(에스콰이어였던가)에서 보고 난 후, 항상 방문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아내의 사무실이 근처인 편이어서 아내는 이미 몇 번 다녀왔는데 항상 존맛탱, 엄지척 👍🏻 을 날리고 있었기에 더욱 가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벚꽃이 절정에 다다른 주말의 오후, 드디어 출정을 결심하고 아내를 살살 꼬셨다. 경의선 숲길을 따라 걷자는 나를 다행히 만류하고, 우리는 따릉이를 타고 용산으로 향했다. 바마셀(bamaself)은 지하철역으로는 거의 남영역 근처에 있는데, 남영역에서 남쪽으로 나와 용산경찰서로 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다. 약간의 골목에 있으므로 나 같이 길치인 사람은 네이버지도를 켜고 가면 된다. 바마셀 도착. 여담이지만 공덕에는 언..
편리하게 만드는 데이터 시각화 차트 레이스는 시계열 데이터를 활용하여 시간에 따른 각 변수들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레이스라는 단어처럼, 마치 경주하듯이 1순위부터 그 후순위들까지의 변화과정이 그대로 나타나서 시간에 따른 순위 변화를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엎치락 뒤치락 많이 하는 비슷한 변수들일수록 제법 흥미진진하다. 차트 레이스를 쉽게 만들어 주는 툴 중에 Flourish 라는 사이트가 있다. 주소는 요기 https://app.flourish.studio/ 를 클릭하면 된다. Flourish | Data Visualisation & Storytelling Beautiful, easy data visualization and storytelling app..
재작년 즈음, 장터에서 코니카 사의 마지막 플래그쉽 자동카메라(엄밀히 말하면 파인더는 RF 방식)인 헥사 AF 블랙 모델을 샀다. 코니카의 헥사논 렌즈의 성능은 과히 인정할 만 한데, 건물이나 풍경을 촬영해 보면 그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다. 헥사 AF의 장점은 단연 조리개 2.0의 밝은 35mm 초점거리 렌즈에 있지만, 나에게 있어 실제 촬영에 있어서는 조용한 셔터소리가 제일 큰 장점이다. 윙- 차칵 하는 소리가 시몬스 침대처럼 너무 편안하다. 흔들리지 않고 편안하게 캔디드샷을 찍을 수 있어서 재빠르게 찍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 너무 좋은 카메라이다. 물론, 단점이라면 1/250초 밖에 안되는 셔터스피드에 있는데, 리프(leaf)셔터 치고도 꽤 느린 편이라 아쉽긴 하다. 그래도 오히려 감각적인 무빙샷을..
사사하라 키요아키(기타), 오츠보 카나에(보컬), 후지에다 켄(기타)의 3인조 밴드, 스팽글 콜 릴리 라인. 줄여서 SCLL이라고 많이들 부른다. 이번 앨범에는 아예 제목으로 그렇게 표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혼란스러웠던 98년에 결성한 지금으로 보면 꽤 나이든 밴드인데 나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듣기 시작했다. 이제 3년 되었나? 포스트록 기반에 일본의 정취가 한껏 묻어나 괜시레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든다. 눈을 감으면 문득 열차 바깥에 보이는 푸른색 나무들이 생각난달까. 애정하는 밴드. 작년에 벌써 10집을 냈었는데, 이번에 다시 리마스터링을 해서 무려 46곡(!)을 수록한 앨범을 내주셨다. 편곡도 좀 다시 한 것 같고 전체적인 흐름 매우 좋다. 지난 자신들의 활동을 돌아보는 앨범인듯. 잠시..
우리는 흔히 IT나 전자제품, 혹은 여러가지 기술적인 영역에서 나라, 혹은 기업들의 주도권 경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하지만 ‘감성’ 에도 분명 주도권이 있다. 최근 워싱턴 주의 시애틀, 그 밑 오레곤 주의 포틀랜드를 필두로 한 미국 서북부의 문화적 영향력이 대단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바탕 휩쓸고 간 잡지 킨포크, 미국 전역에서 가장 핫한 커피가 된 스텀프커피, 부티크 호텔의 살아있는 표본이 된 에이스 호텔까지, 이 지역에서 탄생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밖에도 이 곳에는 크고 작은 독립샵들과 문화적인 씬들을 주도하는 디자인 회사, 또 흥미로운 공간들이 연달아 이어져 이곳 만의 장소적 특질들을 형성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것을 보고 느끼러 가는 것이 당연한 순례 코스처..
완벽한 외모, 완벽한 스펙, 완벽한 재능, 완벽한 삶…. 아마도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나 한번쯤은 ‘완벽’한 무언가를 꿈꿔 보았을 것이다. 퍼센테이지로 본다면 100%에 가까운 그런 무언가. 조금만 더 나아지면, 조금만 더 쌓으면, 조금만 더 가지면 가능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그것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니 그 완벽함을 위해 욕망이 생기고 희망을 그리고 또 꿈을 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완벽이라는 단어만큼 완벽하지 않은게 또 있을까. 완벽함이란 완전무결, 즉 변하거나 없어지는게 없고 모든 것이 온전하게 있는 것을 뜻하는데, 따라서 뜻 자체에 이미 가정의 조건을 담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흐르는 삶의 차원에서 완벽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완벽한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이 현..
‘것’ 을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동안’ 을 디자인하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살아있고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언제나 축복받고 행복한 것이지만 그 살아있음 자체로는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닌 사회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점점 더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삶의 환경과 조건 속에서, ‘어떻게’ 라는 물음은 점점 더 그 힘의 세기를 더해가고 있고 한가지의 해답보다는 다양한 가능성들을 내포하는 상상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인 것 같다. 우리의 삶의 모습과 영역들을 자세히 살펴 보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비교적 느슨하게 바뀌는 영역과 지점들이 있다. 이를테면 건축이 그렇다. 첨단의 기술들이 건축을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이 곳은 나만의 프로젝트를 위한 공간이다. 보다 나은 삶의 방식과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정리해보고 싶었다. 아직은 정리가 되지 않았고 여전히 탐구하는 과정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산발적이고 다양한 관점과 생각들을 늘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막연하게 좋다(혹은 옳다)고 느끼는 삶의 방식과 가치들이 이 가상의 공간에서 보다 구체화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직접 발현될 때 또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해 내가 제시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믿는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의 국가와 민족,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삶이 있고 내가 생각하는 것들도 그 많은 것들 중 일부분일 것이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이야기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램이고 ..
재일동포 정진성 지음 "역사의 무게를 온 몸으로 받으며 버티는 삶" 진짜 바퀴벌레는 누구인가 작년, 2017년에 개봉한 이일하 감독의 다큐멘터리 를 본 적이 있다.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 속칭 ‘재특회’라 불리는 극우 집단의 혐한 시위에 맞서는 일본인들을 다룬다. 그들은 전직 야쿠자 출신이 주축이 되어 조직한 ‘카운터스’라는 집단으로, 무식할 정도의 육탄전으로 강렬하게 저항하며 재특회와 공권력에 저항하며 싸운다. 일장기를 흔들며 “조선인을 죽이자”라고 외치는 재특회 앞에서 “진짜 바퀴벌레는 너희다”라며 돌진하는 그들의 싸움은 스크린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가득 채운다. 그러나 그건 잠시일 뿐, 화면 사이에서 삐져나오는 재일 한국인들에 대한 일본인들의 이중적 시선과 태도, 그리고 그것을 감..
공간으로 세상 읽기 - 전상인 "각 시대를 풍미했던 잔해들의 축적들" 서울 중의 서울 장충동의 동국대입구역 앞에는 오래된 빵집이 하나 있다. 대를 이어 살아남은, 서울 안에서는 꽤 유서있는 빵집인데 ‘과자 중의 과자’ 라는게 이 가게의 표어이다. 요새는 찾아보기 힘든 버터케이크나 사라다빵, 각종 쿠키가 진열대에 빼곡히 자리잡고 있고 옛날도너츠나 생크림빵 같은 기본적인 종류들도 매대 위에 가득히 채워져 있다. 요새 유행하는 아틀리에 베이커리들을 비웃듯이 온갖 빵이 수북히 쌓여 있고 북적이는 가게 속에서 사람들은 한아름씩 빵을 사들고 문 밖을 나선다. 솔직히 그리 대단한 맛은 아닌 듯 하지만 그 인파에 홀리듯 나도 빵을 몇 개씩 집어들곤 했다. 10여년 전, 지방에서 처음 올라와 경험한 서울은 그 빵집과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