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씨앗 – 나는 어떻게 GMO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나 마크 라이너스 저 – 조형택 옮김 반 GMO에 대한 반대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마트에 가면 원산지 논쟁은 유독 두부 코너에서 잦은 것 같다. 오늘도 그랬다. “국내산인거 확인했니?” 어느 아주머니가 아들로 보이는 아이에게 조용히 나무라듯 말했다. “이게 더 싼데...”라고 중얼거리는 아이에게 두부는 꼭 국내산을 먹어야 한다며, 1+1으로 포장된 두부를 내려놓고 낱개로 된 두부로 다시 담았다. 그녀가 집어든 두부에는 ‘100% 국내산’ 라는 문구가 단짝 친구처럼 상품명 바로 옆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사람도, 농산물도 자유롭게 오가는 시대에 수입산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음식 재료가 쉽게 있을까 싶지만, 두부에 대한 시선이 유독 까..
인간을 다시 묻는다 -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편 권재일 외 "인간의 조건에 대한 다층적 가능성 " 어떻게 인간이 되는가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선배와의 근황 토크에서 그는 “맨날 기계처럼 일만 해. 감정이 고갈되는 느낌이야.”라며 신세 한탄을 했다. 그러면서 “언제쯤 맘 편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수 있지?” 라고 되물었다. 선배에게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즉, 자유가 곧 인간성의 획득 과정이었다. 코로나 시대로 접어 들면서 근무환경이 유연해진 것을 그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일이라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어떤 조건을 필요로 할까. 선배에게는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이듯이 생물학적 신체는 인간이 될..
오차 분석 입문 - 자연과학적 측정에서 불확실성의 탐구 존 테일러 지음 / 김재관 옮김 차이를 해석하는 과정 오차에 대한 두려움 학부 때 건축학을 전공하면서 차이는 학생들에게 언제나 중요한 문제였다. 도면을 그리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 - 예를 들어 2,400mm의 복도 폭을 그리는 과정에서 모종의 이유로 3mm가 더해져 2,403mm로 그려진다든지 - 는 밤을 새게 만드는 큰 요인 중 하나였다. 가로선과 세로선이 만나고, 내부와 외부 공간이 형성되면서 애매한 수치로 그려지는 경우가 반드시 발생한다. 사람이 그리는 일이니 실수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도면의 숫자들도 지저분해질 뿐더러, 실제로 시공으로 이어질 경우 예기치 못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에 항상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
북한, 조선으로 다시 읽다 김병로 지음 21세기의 북한을 이해하다 조선은 우리 옆에 아직 있다 작년, KBS에서 3.1운동 100주년의 특집으로 한편의 다큐를 기획했다. 주제는 재일동포와 일본 내 조선학교. 이 다큐에서 나는 학생들의 입에서 익숙하게 흘러나오는 ‘조선’이라는 단어를 듣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제 4세대에 가깝게 흘러 온 만큼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조차 희미해질 줄 알았는데, 한국도 아닌, 조선이라니. 학생들은 북한에 교류 및 수학여행을 가서 북한의 또래 학생들과 재회하며 눈물을 흘렸고, 여전히 ‘조선’은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강력한 매개 장치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COVID-19 상황이 발생하기 직전인 올해 초, 가족과 함께 일본 가고시마 ..
포스트모던 시대의 정신 - 인본주의적 가치의 붕괴와 후기 근대의 디스토피아 신정현 지음 삶의 가치는 어떻게 획득되는가 21세기의 사파리 0.8명. 얼마 전 예측된 올해의 우리나라 출산율 숫자다. 물론 무척 충격적이지만, 그 누구도 이제 쉽게 놀라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100년 후에는 한국인이 사라질 수 있다는 침울한 전망을 내 놓아도 그 수치는 미래의 누군가의 몫일뿐이다. 이미 저출산은 10년이 넘게 정책의 단골 소재이자, 항상 주연으로 정치판에 등장했음에도 큰 효과가 없는 것을 보면, 애초에 그 무대에 배우를 잘못 기용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무슨 홍삼도 아닌데 3,5,7포로 이어지며 삶의 기본적인 조건을 하나, 둘씩 포기 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쉽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라”, “그 속에 탄..
한국의 노숙인 - 그 삶을 이해한다는 것 구인회, 정근식, 신명호 편저 노숙으로 가는 과정들 무엇이 노숙으로 이끄는가 얼마 전, 본가에 내려가기 위해 서울역을 갔다가 광장에서 한 여성을 보았다. 대략 오전 9시 정도 되었을까, 오른쪽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바치고 무언가를 요청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시간에 쫓겨 다시 떠나갈 때까지 그녀는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불편한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마음은 무거웠지만 왜인지 돈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에(구걸의 필수 물건인 돈바구니를 구할 시간도 없었던 것일까)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난 누군가에게 그 마음의 짐을 떠넘기듯 서울역 안으로 발걸음을 서둘러 재촉해 버리고 말았다. 서늘한 아..
유럽의 발흥 - 비교경제사 연구 양동휴 지음 유럽은 어떻게 아시아를 앞지르게 되었을까 유럽은 원래부터 잘 나가지 않았다 인류사가 쓰이기 시작한 비교적 긴 시간 동안, 현재 유럽으로 통칭되는 일대가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외치기 시작한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더듬어 보면 소위 인류 4대 문명이라는 지역도 유럽과는 비교적 떨어져 있으며, 세계인의 삶에 획기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되는 종이, 화약과 같은 상품들도 중국에서 먼저 발명되었다. 19세기 중반, 영국이 중국에 1,2차 아편전쟁을 일으킨 배경에도 무역상품의 불균형, 즉 영국이 중국에 팔 만한 거라고는 아편이 큰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도리어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 생산되었던 상품들은 비교적 최근의 시기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