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북한을 이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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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조선으로 다시 읽다

    김병로 지음

     

     

    21세기의 북한을 이해하다

    1월의 가고시마. 이곳에서 정대세 선수를 우연히 만났다. 

     

    그리고 정대세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조선은 우리 옆에 아직 있다

    작년, KBS에서 3.1운동 100주년의 특집으로 한편의 다큐를 기획했다. 주제는 재일동포와 일본 내 조선학교. 이 다큐에서 나는 학생들의 입에서 익숙하게 흘러나오는 ‘조선’이라는 단어를 듣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제 4세대에 가깝게 흘러 온 만큼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조차 희미해질 줄 알았는데, 한국도 아닌, 조선이라니. 학생들은 북한에 교류 및 수학여행을 가서 북한의 또래 학생들과 재회하며 눈물을 흘렸고, 여전히 ‘조선’은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강력한 매개 장치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COVID-19 상황이 발생하기 직전인 올해 초, 가족과 함께 일본 가고시마 여행 도중 그 곳 호텔에서 우연히 ‘인민 루니’로 불리는 정대세 선수를 만나게 되었다. 괜히 반가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부탁하여 그와 함께 사진도 찍었다. 지금은 일본 시즈오카에 연고를 둔 시미즈 S펄스에서 뛰고 있지만, 아마 나처럼 한국 사람들에게는 북한 국가대표로 뛰던 기억이 훨씬 강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사실 정대세 선수는 아버지의 국적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선수였기에, 당시 ‘김정일을 존경한다.’라는 말로 큰 논란을 겪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조총련계의 조선학교를 다니고, 관련 문화 속에서 자란 그에게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더 친숙한 모국이었을테니 어쩌면 당연한 발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바로 그 ‘조선’이라는 단어에서부터 조명해야 북한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즉, 남한의 반대급부로써 북한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들의 삶, 그들의 목소리로부터 북한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북한을 연구했던 저자는 실제 연구 결과물이나 세미나에서 북한을 어떻게 지칭해야 하는지부터 갈등과 고민이 많음을 밝히며 그동안의 연구나 논의가 남한의 관점에서 대부분 이루어졌음을 이야기 한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을 위해서 그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조선’이라는 키워드로부터 다시 읽어야 한다는 것이고 나도 깊게 동의한다. 

     

    남북연락소를 단번에 박살내 버리는 그들의 퍼포먼스는 애교일 정도로  3대 김정은까지 그동안 이어져 온 독재체제가 우리에게 보여준 행동들에 대한 분노가 북한에 대한 우리의 주된 감정이라고 느낀다. 그들의 위선과 포장에 가려져 50년이 넘게 이어져 온 그들의 '진짜' 삶이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지 과연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한국전쟁 이후 전시체제가 어떻게 통치체계가 되었는지, 공산주의와 주체사상이 현재 어떻게 변화의 과정에 있는지, 대홍수로 인한 기근이 어떻게 탈북이라는 엑소더스의 상황을 유발하게 되었는지 그 전후 관계와 내부 상황을 꼼꼼하게 전달한다. 이 배경에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서 매년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실태조사 덕분에 더욱 생생하고 신뢰감 있는 내용들이 덧붙여진 것일 것이다. 

     

    이러한 내용 덕분에 북한을 단순히 소수의 독재자와 핍박받는 다수의 시민들의 국가로 이원화해서 볼 것이 아니라 그 사이의 맥락들, 특히 점차 급변하는 통치체계와 사회상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통일에 대한 상상은 그들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만 좋아서 하는 통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체사상에서 민족주의로

    초등학교를 다닐 때인 1990년대 초, 북한에서 단군 왕검의 묘가 발굴되었다고 꽤 떠들썩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어릴 때는 하필 왕검이라는(big sword..?) 묘하게 이상한 이름 때문인지 상상 속 인물인 줄 알고 있었는데, 평양에 실제로 있었다는 이야기에 적잖이 놀랐던 것 같다. 사실 그 단군은 마늘 먹은 곰이 사람이 되는 시절의, 신화에 가까운 인물이 아니었던가? 물론 곰과 호랑이는 이를 숭배하는 당시 부족이었다는 상징이었고 단군이 실존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갑자기 전후 맥락도 없이 탄소연대측정법으로 단군의 뼈까지 찾았다는 이야기는 지금에 와서도 믿기 어려운 내용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북한은 1986년부터 ‘우리민족제일주의’, ‘조선민족제일주의’를 강조하며 사회주의 계급이론을 약화하는 대신 민족주의 개념을 전면적으로 앞세우며 이론적 변신을 모색했다. 그 변신의 핵심의제로 단군역사를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단군릉 발굴 이후 1994년 10월에는 마치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규모의 단군릉을 복원했다. 1997년 9월에는 ‘단군민족통일협의회’를 발족하여 민족의 정통성 및 통일의 정당성이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 고려의 맥을 잇고 있는 북한에 있음을 드러내고자 했다. (p.229)

     

    즉, 주체사상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을 결속하고 남한과 다른 정통성을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 고조선을 끌고 와 이를 새로운 통치이념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조선과 그 시초인 단군이 실재했음을 증명해야 했고, 관련된 연구가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국가 이름도 조선으로 시작하니, 그 정통성을 설명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러한 민족주의적 방향에 따라 민족 고유의 명절을 부활하거나 유교 전통의 풍습들을 인정하기 시작하기도 하면서(p.215) 점차 와해되는 결집력을 형성하기 위한 통치성의 전환을 이루었다.  

     

    북한의 주체적 발전모형은 애초 한국전쟁 이후, 전시를 대비한다는 군사 중심적 특성을 띄었고, 그래서 사실상 국방에서의 자위 노선이 그 핵심을 이루고 있었다.(p.170) 이러한 경제체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비효율적인 사회주의, 주체사상을 어느 정도 폐기한 과정이었음을 납득할 수 있다. 특히  경제가 악화되면서 군사적 영웅으로 대접받던 우월한 성분인 ‘핵심 군중’의 상당수도 형식적 지위만 있을 뿐,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나는 것도 북한의 통치가 복합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유는 이동 속에 있다

    위와 같은 현상은 필연적으로 주민들의 이동을 야기했다. 특히 각각의 주민들을 지역 단위에 묶어 두고 생산을 강제했던 기존의 방식은 아무리 통치이념을 바꾼다 하더라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웠다. 생산수단과 소비공간, 이 둘은 항상 같은 공간 속에 있을 수 없기에, 필연적으로 물건이나 사람의 이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90년대까지는 이를 강제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결정적 사건이었던 1995, 1996년의 대홍수와 1997년의 가뭄으로 고난의 행군이라는 대기근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삶 또한 절망으로 떨어졌다.  

     

    1997년 7월 월드비전 의료팀도 2세 이하 유아 547명 가운데 85%가 영양실조 상태이고, 29%는 극심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으며…북한 어린이들이 손마디 뼈가 드러났으며 영양부족으로 머리색깔이 붉은색으로 변했다고 보고하는가 하면…2000년까지 약 6년 동안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 시기 자연재해와 기근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말해 준다. (p.228)

     

    2000년에 들어오면 주민유동성이 505 이상으로 증가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주민 유동성은 2008년에는 55.8%였다가 2009년에는 62.4%…2013년에는 63.4%로 상승했다. 고난의 행군 재난이 주민 유동성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p.243)

     

    국가가 아무런 지원과 보호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각자도생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지역이나 중국 등으로 주민 이동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사적 시장으로 볼 수 있는 장마당이 활성화되고 그 과정에서 지배 권력과 결탁하여 ‘돈주’라 불리는 신흥 재력가들도 출현하였고, 그에 따라 장마당에 한 번도 나갈 수 없는 최하층민들도 늘어나게 된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중국이나 동남아, 그리고 한국으로의 탈북도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생존의 자유, 신분의 자유를 찾아 이동하는 것이다. 대규모 디아스포라가 발생하면서 북한에서는 탄압이 더욱 강화되면서 인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지만, 결국은 개인의 자유는 막을 수 없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탈북자의 수가 이를 증명하는 것처럼. 

     

     

     

    통일은 어디에

    저자는 북한에 대한 전망을 붕괴 또는 통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 본다. 언제 그 시기가 올 지, 어떤 식으로 북한과의 관계, 그리고 그 체제가 흘러갈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의 목적처럼 북한을 그 실제 그대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은 분명하다. 루빅스 큐브처럼 북한에 대해 다양한 측면을 요리조리 돌려보고 싶다면 한번 쯤 읽어 보길 권한다. 

     

     

    3번의 탈북 끝에 한국으로 온 유튜버 윤설미씨

     

    최근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부쩍 늘었다. 특히 나와 비슷한 또래나 더 어린 친구들이 입담을 과시하며 재미있는 콘텐츠들을 생성하고 있다. 그들이 경험했던 북한 생활과 수용소 경험, 목숨을 건 탈북기들은 흥미진진하면서도 가슴 한 칸이 저릿해지는 먹먹함에 나도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탈북했다가 중국 공안에 잡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는 마음에 옷걸이의 철사를 삼켜버렸던 경험을 담담히 전해 주던 어느 탈북자의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응원의 메시지와 구독, 좋아요를 해주는 것이 전부이지만, 진심으로 그들이 그런 고통을 다시는 겪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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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조선으로 다시 읽다

    남한의 일방적 기대나 편견이 덧씌워진 ‘북한’이 아닌 휴전선 너머에 실재하는 ‘조선’을 가감 없이 읽어 낸 책! 한국전쟁의 엄청난 피해와 충격이 자폐적 특질로 형성되어 있는 북한의 사��

    www.yes24.com

    사진 출처

    1, 2 본인 사진

    3. 유튜버 윤설미씨 (https://www.youtube.com/watch?v=wj9M36Q4J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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