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토양에 뿌려야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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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의 씨앗 – 나는 어떻게 GMO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나

    마크 라이너스 저 – 조형택 옮김

     

     

    반 GMO에 대한 반대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마트에 가면 원산지 논쟁은 유독 두부 코너에서 잦은 것 같다. 오늘도 그랬다. “국내산인거 확인했니?” 어느 아주머니가 아들로 보이는 아이에게 조용히 나무라듯 말했다. “이게 더 싼데...”라고 중얼거리는 아이에게 두부는 꼭 국내산을 먹어야 한다며, 1+1으로 포장된 두부를 내려놓고 낱개로 된 두부로 다시 담았다. 그녀가 집어든 두부에는 ‘100% 국내산’ 라는 문구가 단짝 친구처럼 상품명 바로 옆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사람도, 농산물도 자유롭게 오가는 시대에 수입산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음식 재료가 쉽게 있을까 싶지만, 두부에 대한 시선이 유독 까다로운 이유는 수입되는 콩의 대다수가 GMO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GMO 작물의 절반에 가까운 약 49%가 대두이고, 국내에 수입되는 콩에도 상당수 GMO 콩이 섞여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아주머니의 반응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런데 모든 판단에 앞서, 과연 GMO는 정말 유해할까. GMO라는 단어만 보아도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이 아직 많지만, 『과학의 씨앗』의 저자 마크 라이너스는 절대 그렇지 않노라고 단호히 힘주어 말한다. 그의 고백이 힘을 갖는 이유는 그가 국제환경단체인 ‘Oneworld’에 오랫동안 기고하는 환경운동가이자, 한 때 GMO를 퇴출하기 위해 몬산토 영국 본부에 쳐들어가 처음으로 반대 시위를 했을 정도로 강경한 반 GMO 입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랬던 사람이 어떻게 생각을 바꾸게 되었을까. 그건 결코 손바닥을 뒤집듯이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함께 한 동료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듣고, 공개적인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얻은 결론이었다. 이 책은 마치 한편의 자전적 다큐멘터리처럼, 그 과정의 상세하고 흥미진진한, 때로는 반성이 담긴 고백을 독자에게 가감 없이 전해준다. 

     

     

    GMO는 '안전하다'

    저자는 ‘과학적 실험들을 심사숙고 없이 그렇게 파괴했어야 했는지’ 반문하면서 철저히 과학적 판단에 근거하기 시작한 과정을 이야기 한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주장의 근거로 철저히 관찰과 실험 자료들을 인용했지만, GMO에 대한 반대는 대중의 선입견에 기초하여 논리를 전개한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자신의 이중 잣대로 인한 심각한 균열을 발견한 때부터 GMO에 대한 과학적 사실들을 다방면으로 수집한다. 그 결과는 권위 있는 학술단체에서 발간한 보고서와 일치했다.  “과학은 아주 분명하게 보여준다. 생명 공학적 분자기술에 의한 작물개선은 안전하다.”  

     

    모든 게 명확해졌다. 과학저술가인 내가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과학계의 정설을 엄격히 따를 것을 주장하면서 GMO에 대한 정설을 부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p.67)

     

    이로써 나는 실제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었던 내 일부 운동에 대해 ‘자랑스럽지 못했음’을 실토해야만 했다. (p.73)

     

    넷플릭스의 어느 에피소드처럼 흥미진진한 이 대목에서, 저자는 스스로의 과거를 은폐하기는커녕 공개적으로 밝히고 사과하고 부끄러워했다. 인터뷰에 나가 자존심에도 큰 스크래치가 나고 말았지만, 오히려 후에 GMO를 둘러싼 환경단체들의 모순과 맞서 싸우게 한 멋진 훈장이 되었다. 그 수모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조마조마하면서도, 후에 과학계의 응원과 현지 농부들의 증언들을 쌓아가는 그의 활동을 통해 안도감과 사실과 근거에 기반한 사고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다. 저자가 몸소 보여준 깨달음은 수많은 가짜뉴스와 선동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제목처럼 과학이 깨달음의 씨앗이 되는 순간이다.

     

    2017년, 우리나라에서 <GMO 완전 표시제> 정책을 촉구하는 국민 청원이 진행된 적이 있다. 그러나 추측컨대, 서명한 20만 여 명의 상당수는 그저 안 좋을 것이란 막연한 ‘느낌’으로 자신의 이름을 손쉽게 보탰을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의 선입견과 달리, GMO는 마치 어둠의 아우라처럼 우리 몸의 유전자를 바꾸어 아프게 하거나 재래종과 토양을 오염시키는 것이 아니다. GMO를 만드는 기술도 ‘아그로박테리움’이라는 세균에서 출현했는데, 자기의 유전자를 식물의 유전자에 삽입하는 일을 그 세균은 이미 하고 있었다. 애초에  GMO는 자연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유전자 변형의 한 과정에 불과한 것이다. 유전자의 A,T,G,C의 염기서열 중 일부만 바뀔 뿐이다. 따라서 GMO를 먹는다고 해서 몸에 종양이나 병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다. 

     

     

    GMO 작물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훨씬 적은 환경오염으로 높은 생산량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잠비아, 탄자니아 정부의 사례처럼 맹목적인 두려움을 보이는 국가가 대부분이다. 아프리카, 유럽 뿐 아니라 사실 우리나라도 GMO를 재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오히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몬산토>처럼 사악한 글로벌 기업의 공세를 어떻게든 막아 내는 것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정작 자국민들이 꼭 필요한 농산물들의 생산은 타국으로 전가해 버린다. 그 대상은 베트남과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들이다. 그럼에도 극단적인 유럽의 환경단체들은 해당 국가에까지 달려가 과학적 근거 없이 GMO 재배를 여전히 방해하고 있다. 

     

    나는 과학자들과 운동가들 사이에 엄청난 세계관의 괴리가 있다는 데 새삼 놀랐다. 운동가들은 이런 실질적인 해법에 대해 ‘기술적 해결책’이라고 무시하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에게 농업이란 현대농법이 배제된 농업이어야만 했다. (p.196-197) 

     

    결국 이 과정에서 희생되는 것은 식량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식량주권을 획득하고, 적은 환경오염과 에너지 사용으로 많은 수확량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목화 재배를 하는 인도의 사례처럼, 환경 운동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미 99%의 농가가 GMO 목화를 재배하고 있고, 재배 후 해충 피해가 24% 줄었으며 생산량은 50%나 늘었다는 사실이 보고 되었다. 살충제의 사용량도 줄어 인근 환경에의 피해도 최소화한 것은 덤이고. 이처럼 GMO의 필요성은 이미 각 농부들이 더욱 잘 알고 있다. 그 위험성이 없음은 이미 입증되었으니, 이제 현실로 눈을 돌려도 좋지 않을까. 

     

     

    과학적 사고는 생각의 필수품

    물론 GMO의 위험성이 0% 수준으로 보고되었다고 해서 장래에도 안전하리라는 보장을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과학적 안정성이 획득되었다고 해서 도덕적 문제까지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저자가 말한 대로 ‘민주적 감시’가 가능한 토론의 장이 형성되어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솔직하기만 하다면, 도덕적 명분을 주장하기 위해 과학적 증거를 거부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모호한 도덕적 명분을 합리주의로 포장하기 위해 과학적 증거를 왜곡하는 것은 옳지 않다. (p.333)

     

    그럼에도 각자의 생각을 바꾸는 건 어렵다. 매사를 일일이 근거를 찾고, 과학적 판단을 동원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혼자서 하기에는 귀찮기도 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여러 명이 함께  각각의 주장과 논리의 밑바탕을 한번쯤은 유심히 살펴볼 수는 있지 않을까. 거창한 공론의 장까지 아니더라도,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그래야 한다는 미래를 제시한다. 그리고 저자가 몸소 롤 모델이 되어준 덕분에 설령 생각이 바뀌더라도 주저하지 않을 용기를 얻는다. 각자 자신을 위해, 그리고 조금은 오글거리지만, 인류를 위해. 

     

     

    덧, 책의 각 장마다 그려진 조수영 작가의 아름다운 일러스트 덕분에 읽는 재미가 더 있다. 함께 보길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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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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