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성의 이해와 확장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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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옐로우 퍼시픽 – 다중적 근대성과 동아시아

    조영한, 조영헌 지음

     

     

     

    "근대성에 대한 이해와 확장의 출발점"

     

    코로나 시대에 아미가 되다

     

    글로벌과 로컬의 변주 속에서

    지난하고 긴 코로나 시대에서 한국 바깥에 닿는 방법 중 하나는 미디어였다. 힘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BTS가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것을 통해 대리 만족을 하며 ‘아미’가 된 사람들이 늘어났고, 파울로 코엘료가 트위터를 통해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극찬한 것을 계기로 몇 년 전 방영된 드라마가 다시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다방면에 걸쳐서 해외에 퍼지고 있는 K-문화의 위상 덕택에 한국 문화가 외국에서 소비될 때 느낄 수 있는 ‘국뽕’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의 문화가 변방이라는 위치성에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봉준호 감독의 로컬 발언을 필두로 이를 역전하거나 동등하게 보려는 의식이 점차 증가하지만, 여전히 동아시아가 세계를 위한 교두보라는 인식이 여전히 잔존하는 것이다. 이 속에서 세계의 주체로 나아가려는 의식과 이를 다시 원 상태로 잡아 이끄는 지역적 맥락이 공존함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사고방식과 관점은 어디서부터 발생한 것일까. 단순히 아시아권, 경제적, 문화적으로 열세에 있다는 것만으로 이해하기에는 그 설명이 많이 부족하다. 복잡다단한 관계의 실타래를 풀어내기 위해 학자이자 형제인 조영한, 조영현은 저서 <옐로우 퍼시픽>에서 동아시아와 근대성이라는 키워드로 꼼꼼히 파헤친다. 흥미로운 것은 두 저자가 역사와 문화라는, 전혀 다른 학문 분야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관계 위에 현재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다양한 문화 지형들을 덧붙인 것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덕분에 독자들은 동아시아의 특수한 지리적 위치성과 그 형성 과정에 대해 다각도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문화와 역사적 시선의 교차 속에서 동아시아의 경계가 무엇인지, 우리가 주변의 이웃나라들과 태평양 건너 미국에 느끼는 양가적 감정이 무엇인지 조금은 보이기 시작한다. 그들이 좋다고 추켜세울 때 비로소 우리 것이 좋아 보이는 경험을 한번쯤은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그동안 우리가 발전해 온 과거를 비추어 보는 거울과 같은 책이다.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형성하는 두 축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이해하는 열쇠는 ‘미국’과 ‘일본’이 쥐고 있다. 저자들은 그 두 타자 속에서 근대성의 맥락이 형성되었음을 지적하며 세계를 대변하는 그 국가들의 주변부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자본과 문화를 상징하는 미국과 식민의 주체였던 일본  두 국가와의 ‘이중적 구속’ 속에서 근대성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배제한 채 배타적인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식민지를 경험한 여러 국가들의 경우, 식민을 수행한 주체(대개 일본)로부터 매개된 근대성이라는 관점은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일군의 연구자들은 근대성과 식민성이 동전의 양면처럼 형성된 양상을 ‘근대/식민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기존의 식민 근대성 테제가 여전히 근대 중심성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고, 식민성을 더는 배타적인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 학문적 접근은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p.88)

     

    저자들은 그동안 많은 담론들이 과거의 식민이 근대화를 이룩하는데 기여했다거나, 또는 수탈을 당한 아픈 과거이기에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이분법적 경향을 문제시한다. 오히려 이 둘을 모두 인정하여 식민-근대성 속에서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이해하는 것이 오히려 탈식민화 과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서구(대개 미국)의 문화를 빠르게 흡수하고 내재하는데 일본이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가 세계적 근대화 속에서 형성되었다고 생각되는 문화들도 상당부분 일본화된 근대성일 수 있다. 일본이라는 필터를 거친 것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피는 것이 현재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확장된 공간으로서 동아시아

    그렇다면 앞으로 이러한 이중의 근대성은 어떻게 나아가고 변화하게 될까? 이에 대한 답으로 책 후반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 ‘한류’의 전개 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한류는 일종의 수출상품 같은 존재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첫 한류라는 단어는 쉬리와 겨울연가였고, 원더걸스였으며, 비였다. 일본 중년여성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팬 층이 형성된 겨울연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특정한 기획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었고 한류라는 단어 뒤에는 오랫동안 해외 ‘진출’이라는 용어가 따라붙었다. 아무리 한국 내에서는 잘 나가는 존재라도 저자가 도식한 것처럼, 민족-지역-세계라는 변방의 위계질서를 재확인하는 역할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동아시아는 아시아 가치로 대표되는 한 추상적인 공간으로 설정되면서 한류 수용의 다양한 형태나 서양 문화와의 복잡한 연계의 과정은 생략된다. (p.230)

     

    동아시아의 감수성이라는 특질이 한류라는 한 번의 문화적 흐름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반복적인 흐름인 지역 내 대중문화의 지속적인 소비, 유통, 그리고 교류를 통해 구성된 것이라는 것이다. (p.245)

     

    그러나 지금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은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고 누적되면서 연속적인 흐름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아직 동아시아의 문화가 균등하고 활발히 교류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홍콩영화가 그랬고, 90년대의 일본 문화가 그랬던 것처럼 순환하며 뒤섞이고 있다고 느낀다. 동아시아적 근대성이 확장되어가고 있다는 상상에 조금 더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저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이것은 이분법이나 혼종의 관점이 아닌 착종된 것으로 본다면 제2, 3의 동아시아 문화 교류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아직은 국내에서 미약하지만 베트남-류, 태국-류 등의 아시아권 문화들도 함께 뒤섞이는 시기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 그리고 여기를 넘어

    그 출발을 엮어내는 이론적 틀로서 저자들은 제목과 같은 ‘옐로우 퍼시픽’의 개념을 제안한다. 동양을 상징하는 색인 옐로우가 다소 부정적 의미로 다가올 수 있지만, 오히려 이를 명시적으로 씀으로써  착종된 지역과 문화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틀로 기능할 수 있다. 설명의 답이 아니라 더 많은 질문을 만드는 촉매제라고 밝힌 것처럼, 이러한 장 속에서 담론들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란 점에 깊이 동의한다. 여전히 학계에 여전히 변방으로서의 종속된 위치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식민성들’에 대해서 논의하는 배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정한 지정학적 위치와 역사 속에서 형성된 근대성의 맥락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는 개발이 필요한, 또는 그저 관광의 대상으로 동아시아를 바라보지만 우리 또한 그 속에 속해 있는 일부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근대성이라는 큰 틀에서 보편적으로 엮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타래이지만 그 실의 색깔과 꼬여 있는 실 사이의 무수히 많은 ‘틈’이 보인다고 할까. 그 틈을 하나만 공략해도 단단히 꼬여버린 실이 술술 풀릴 수도 있기에, 코로나 시대에 물리적 영토의 한계를 넘어 이를 넘나드는 상상의 유랑을 떠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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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옐로우 퍼시픽

    동아시아 근대성의 경험을 ‘옐로우 퍼시픽’으로 이론화, ‘지금 그리고 여기’의 관점에서 실존적, 물질적, 그리고 감성적인 역사성을 강조한 새로운 대화로의 초대 본 연구는 동아시아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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