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에 겹쳐진 역사와 지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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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해 사학사 연구

    송기호 지음

     

     

     

    “발해에 겹쳐진 역사와 지리관계의 이해”

     

     

     

     

    발해에 대해서

    어릴 적 처음 발해에 대해서 배울 때 굉장히 신기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난다. 한국사에 등장하는 국가 중에 가장 면적도 크고, 통일신라시대와 동시대의 국가라 고대 국가로 거슬러 가는 것도 아닌데,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아 베일에 싸인 느낌이었다. 무협소설에 나올 법한 신비로운 국가의 이미지랄까. 수업에서도 신라와의 관계에 집중했을 뿐, 깊게 배우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발해는 거의 내 기억 속에 잊힌 나라였다.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송기호 교수의 발해 3부작 중 마지막인 <발해 사학사 연구>는 그간 저자가 작성한 연구 논문들을 집대성한 책이다. 그는 발해를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로, 통일신라와 함께 남북국을 이룬 국가로 보았다. 즉, 발해의 민족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는 상황에서 발해를 엄연한 우리의 역사 중 일부임을 실증적으로 보인 것이다. 이 책은 그 배경과 과정에 대해서 다양한 지리와 정치 역학 속에서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발해의 개괄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발해에 대해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라면 읽어내기 다소 힘들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한번쯤 동북공정은 들어봤을 만큼, 발해사는 현재의 영토와 역사 문제에 있어서 중심적인 공간이다. 발해사의 세세한 내용보다, 발해가 가지는 지정학적 의미를 역사의 관점에서 본다는 점에서 이 책은 큰 의미가 있다. 

     

     

    남북국시대의 의미

    저자는 먼저 ‘남북국시대’라는 용어를 소개한다. 남북한을 연상하는 이 단어가 처음에는 무척 낯설었다. 개별적인 발해와 신라로 나누어 배웠지, 남북국시대의 틀 속에서 살펴본 기억은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발해와 신라가 대립과 반목만 반복했다는 기존의 주장에 의문을 품고 두 국가는 대립 뿐 아니라 상호교류도 함께 하였을 것이란 주장을 펼쳤다. 적은 사료이지만, 그는 200여년 시간 동안 두 국가가 물리적인 충돌을 한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오히려 당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발해를 대한 신라의 입장이 있었음을 밝혀내었다. 그 뿐 아니라 선조성, 선교성과 같은 교류기관이나 인물 간 이동도 있었음을 아울러 확인하였다. 어쩌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것 이 상으로 두 국가는 역사에 서술이 되지 못했을 뿐 굉장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신라로서는 발해에 밀리는 형세를 실감하고, 당연히 당나라와 연합하여 발해를 쳤던 과거의 전쟁을 부각시켜 양국의 오랜 유대를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해에 대한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이 크게 부풀려져 기록으로 남게 되었고, 이것이 후대 학자들의 시야를 가리게 되었다. (p.23)

     

    이러한 저자의 주장 덕분에, 최근 역사 교과서에서 남북국시대라는 용어가 보편화되었다는 것은 큰 수확이다. 물론 이것의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나, 용어의 재정립으로 두 국가 간의 깊은 관계를 암시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인 의미라고 생각한다. 또 간편하게 부를 수 있기도 하고 말이다. 저자는 남북국시대는 이념의 소산이 아닌, 한국사에 적자로 삼아야 하는 당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발해가 신라와의 관계 속에서 재탄생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발해에 대한 다양한 인식 과정

    하지만 발해 연구가 언제나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발해에 대한 연구도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야 본격화되었는데, 이 시기에 비로소 발해를 적극적으로 한국사에 포함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발해를 인식하는 과정이 다차원적이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발해를 국가 정도로 인식하였다면, 그 이후에는 민족의 차원까지 확장하여 고구려의 후예라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물론 발해의 영토가 워낙 넓고 모호하여 말갈의 역사와 겹친다는 점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논쟁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복잡하지만, 그만큼 역동적인 공간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나라의 역사이냐 하는 귀속 문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역사라는 전제 아래 상호 교류를 통해 공동의 역사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한 것이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공생’을 위한 테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p.215)

     

    민족이라는 개념이 칼로 무를 자르듯 명확히 할 수 없는 만큼, 고구려와 신라, 말갈, 당나라와 혼재되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느낀다. 어디에 더 치중되었는지 논쟁하는 것보다 저자가 서술한대로 인접한 각 국가 -러시아,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 간의 해석도 중요해 보인다. 각국은 각국의 입장에서 발해를 바라보지만, 상호 교류와 이해가 전제된다면 그 중에서도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발해를 통해서 오히려 현재의 국가들 간의 연대와 교류가 생성될 수 있다. 

     

     

    동북공정과 그 이후

    그러나 2000년 대 초반에 중국의 역사왜곡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엄청난 논란이 있었다. 이를 국가와 학계 차원에서 시도했다는 것이 당시 큰 충격이었다. 발해사가 단순히 역사의 문제를 넘어 동북아시아 3국의 영토전쟁의 발화점이 된다는 것이고  이는 고구려사와 연결되기에 북한, 중국과의 역사 해석에서 첨예한 싸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저자도 무척 경계하며 그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였다. 현재는 논란이 많이 사그라든 상태이고, 마크 바잉턴 교수와 같이 동북공정의 논란은 과대 포장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해, 더 나아가 고구려에 대한 역사를 온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가두려는 움직임은 편협하고 치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 역사가 어느 나라의 것이냐 보다는 언제나 상호 관계 속에서 형성되어 왔음을 인지하고 그 과정을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발해사를 한국사로 주장한다고 해서 현재 중국 내 영토가 우리 것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듯이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정치는 다른 것이다. 그 둘 차이를 인지하고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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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해 사학사 연구

    국내외 발해사 연구 동향에 대한 연구서 이 책은 저자가 40년간 발표해 온 발해사 연구를 정리한 마지막 결과물로서, 『발해 정치사 연구』(1995), 『발해 사회문화사 연구』(2011)와 함께 3부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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