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전가와 통합에 관한 과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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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위험 - 위험으로의 초대

    석승훈 지음

     

     

    "위험의 전가와 통합에 관한 다층적 과정"

     

    사회가 발전할수록 다양한 위험을 알기 시작한다. 

     

    위험에 대해 안다는 것

    사회의 발전은 위험의 관리와 궤를 같이 한다. 복지(국가)에 대한 논의도 결국 개인에게 일어날 수 있는 생존의 문제를 어디까지 사회의 위험으로 관리할 것인가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위험의 존재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시작됨을 의미한다. 어떤 위험이 있는지 먼저 알아야 적절한 계획과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배달 노동자와 같이 특수고용노동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고용보험을 확대하자는 목소리도 결국 고용보험에 배제된 사람들이 늘어난 것을 우리 사회가 점차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생활에서 위험이라는 것을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위험은 그저 예상치 못한 사고 정도로만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알 수 없는 위험에 처할 수 있고 또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가해자가 되기도 하기에, 석승훈 교수가 쓴 이 책은 위험에 대한 일종의 예방주사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위험이 갖는 다층적 의미와 그 대응에 대해 쉽게 폭넓게 전달하여 위험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할 여지를 제공한다.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 사회/문화적인 차원에서 위험이 어떻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지 탐색하는 과정은 무척 흥미롭다. 특히 역사적 맥락과 함께 현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위험의 처리 과정을 명쾌하게 짚어낸다. 

     

    그래서 위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넓힐 수 있을 뿐 아니라 평소 투자나 자산관리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보험을 들면 꼭 사고가 난다며 보험을 절대 들지 않던 우리 할머니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각자도생식 생존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에게도 넌지시 건네고 싶다. 당신이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누군가가 위험을 짊어졌기 때문일 수 있다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위험을 서로 나누고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보험과 도박의 차이

    위험은 완전히 없앨 수만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천재지변이나 큰 전쟁과 같이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들에서는 그 위험을 최소화하는데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다. 책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험에 중점을 둔다. 보험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위험을 저감, 분산하는지 이야기하며 끝으로 도박과의 차이를 논한다. 

     

    도박과 보험은 모두 위험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동일하지만 보험을 돈을 벌기 위해 들지 않듯이, 보험의 기본은 위험의 전가와 분산이다. 보험이 안전하게 운영되기 위한 기본 원칙은 대수의 법칙으로, 우리가 통상 부르는 규모의 경제로 이해해도 큰 무리가 없다. 즉, 다수의 위험을 엮게 되면 개개의 위험률은 서로 다를지라도 전체의 위험은 평균값으로 수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보험 상품에서 유일하게 독과점이 허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험의 본질적인 기능은 위험의 전가이지만 이 위험이 적절히 통합되면, 그 통합된 위험 안에서 단위당 위험은 줄어들기 때문에 보험자, 그리고 보험계약자 모두 파산 등의 위험을 감소할 수 있다. (p.101)

     

    이러한 와중에 최근 논란 중인 ‘빚투’나 ‘영끌’의 투자 과열 현상은 보험과 도박의 양면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한탕을 노리지 않고는 집도, 차도 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많은 청년들이 미래를 위한 보험이라는 명목으로 도박에 가까운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해 스스로 정당화하는 과정이다. 혹시라도 마지막 버스를 놓칠까봐 서로가 경기를 펼치듯 빚을 내고 있지만 결국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위험을 수반하는 문제로 나아가게 된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결국 빚을 낸다는 것은 개인의 위험도 있지만, 그것이 합쳐지면 사회 전체의 위험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이 서로 상쇄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가게 되기에 위험이 더욱 증가되는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게 되고, 가중되는 위험을 막지 못한다면 결국 도박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회의 ‘위험’ 돌리기

    한편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위험의 양상도 다양해지기에 보험의 종류도 그에 맞춰 늘어나게 된다. 보험사들도 기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므로, 위험을 최대한 회피하려고 하는 성향도 보인다. 소득이 적거나 나이가 들면 보험 가입이 어려워지는 이유가 되고, 결국 개인의 위험은 각자에게 잔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가 과연 안전한가? 어쩌면 서로에게 ‘위험’ 돌리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저자는 위험을 감당하는 것을 수지타산의 측면에서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위험을 도맡고, 사회적 약자들이 위험에 더욱 노출되고 취약한 현실에서 위험은 단순히 경제적 비용으로만 환산될 수 없다.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 중 일부가 그 위험을 더 부담해야 하는 정당한 이유는 없다. 많은 경우, 그들은 그저 '운'이 나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험을 시장 경제에만 맡길 수 없으며, 이는 사회적 합의 속에서 더욱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야하는 근거가 된다.   

     

    자본주의는 본질상 위험을 추구하고 전가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그 손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누군가는 망하고, 누군가는 회복하지 못한다.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마치 본인들이 능력이 있고 노력을 많이 해서 성공한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로 전락한 사람들이 그들보다 노력을 덜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그들은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다. (p.287)

     

    책에서는 오늘날 상당수의 위험이 오히려 그 위험을 억제해야하는 전문가로부터 자초된다고 언급하며 일부 엘리트가 사회의 위험을 다루는 현실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위험은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전가와 합을 통해 경감시키는 과정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나의 위험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고 해서 끝이 될 수 없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가 과연 현재 제대로 위험을 대하고 있는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소수가 아닌 일반인들이 함께 위험을 공론화하고 감시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지점이다. 

     

     

    위험과 욕망의 관계

    위험에 대한 논의는 결국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 성숙되고 호혜적인지 판단하는 지표이다. 책을 통해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risk taking)의 의미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개인의 위험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위험이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이전되는 과정을 이해한다는 것. 즉, 우리만 안전하다고 해서 그것이 끝나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는 곧 기후위기, 경제상황의 변화, 코로나 등 세계적 차원의 위기도 결코 타 국가의 위험으로만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의 말처럼 “위험의 증가가 이익, 발전, 풍요 등 인류의 욕망에 기인”한다면, 위험은 욕망을 줄여나가는 과정으로 치환될 수 있다.

     

    결국 위험의 크기는 삶의 적절한 충족과 닿아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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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위험

    위험에 대한 인류의 대응으로 발명된 기제인 보험.보험의 다른 이름인 국가 안보, 사회안전망, 안심, 신뢰 등 위험과 보험의 다양한 측면을 논의하다이 책은 존재하지만 손에 잡히지도 않고,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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