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작년 9월, 유튜브 월드를 뜨겁게 달군 한 편의 비디오 클립이 있었으니, https://www.youtube.com/watch?v=SmTRaSg2fTQ 언제나 멋진 팀들을 발굴해주는 온스테이지의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춤이며 복장이며,, 정말 몇 번을 돌려봤는지 모르겠다. 이름하야 의 '범 내려온다' 되시겠다. '이날치'는 조선에 활동했던 명창 중에 명창인데, 이를 계승한 이름으로 21세기에 활동하는 힙한 판소리 그룹이라, 판소리의 시원시원한 지름과 감각적인 베이스가 깔린 그루브로 J-POP(조선팝)이라고 불리며 바람몰이를 하고 있으니! 그들이 그동안 조금씩 조금씩 노래를 하나씩 발표하더니, 급기야 정규 1집 앨범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를 묶어 오늘의 공연을 하게 되었도다. 공연..
코니카의 마지막 역작, 헥사 AF의 사일런트 모드 Silent mode 의 설정 방법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사람들이 코니카 헥사 AF을 쓰면서 가장 원하는 기능 중 하나도 바로 이 사일런트 모드일 것이다. 오리지널 블랙 모델은 공장 출고 시에 이미 설정되어 있지만, 실버, 라듐, 백금 모델과 같은 다른 모델들은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다. 블랙 모델에 비해 실버 모델이 조금 더 소리가 크고 음도 높다. 이건 셔터음 뿐 아니라 필름 이송하는 모터 소리도 다 다른데, 차분한 블랙이 더 마음에 들지만 실버의 외관을 포기할 수 없다면 펌웨어의 변경으로 사일런트 모드로 진입할 수 있다(물론 완전히 같지 않다). 해외포럼에서 알려준 방법인데, 실제로 본인이 이 방법으로 했고 그리 어렵지는 않다. 출처는 아래..
유럽의 발흥 - 비교경제사 연구 양동휴 지음 유럽은 어떻게 아시아를 앞지르게 되었을까 유럽은 원래부터 잘 나가지 않았다 인류사가 쓰이기 시작한 비교적 긴 시간 동안, 현재 유럽으로 통칭되는 일대가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외치기 시작한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더듬어 보면 소위 인류 4대 문명이라는 지역도 유럽과는 비교적 떨어져 있으며, 세계인의 삶에 획기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되는 종이, 화약과 같은 상품들도 중국에서 먼저 발명되었다. 19세기 중반, 영국이 중국에 1,2차 아편전쟁을 일으킨 배경에도 무역상품의 불균형, 즉 영국이 중국에 팔 만한 거라고는 아편이 큰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도리어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 생산되었던 상품들은 비교적 최근의 시기까지도..
독일 근현대 주거건축 - 독일 근현대 주거건축의 양식과 미학적 전통 전남일 지음 주거 건축의 양식과 형태에 대하여 20세기 주거건축의 연대기 도시 속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걷다 보면 도로와 도로 사이, 빼곡히 들어선 건물들 속에서 각각의 건물들을 살피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렇게 많은 건물들을 졸업앨범처럼 하나씩 보다 보면, 수많은 건물들의 외양과 형태 속에서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발견할 때가 있다. 돌출된 창의 모양이라던지, 장식적인 측면이 가미된 벽감, 넓게는 재료의 사용이나 구축 방법에서 그 유사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단일한 도시 공간 속에서도 서로 다른 건물들의 혼재된 모습은 시간의 지층이 수평적으로 펼쳐져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는 한다. 그 중에서도 주거공간은 그 경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유..
재작년 즈음, 장터에서 코니카 사의 마지막 플래그쉽 자동카메라(엄밀히 말하면 파인더는 RF 방식)인 헥사 AF 블랙 모델을 샀다. 코니카의 헥사논 렌즈의 성능은 과히 인정할 만 한데, 건물이나 풍경을 촬영해 보면 그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다. 헥사 AF의 장점은 단연 조리개 2.0의 밝은 35mm 초점거리 렌즈에 있지만, 나에게 있어 실제 촬영에 있어서는 조용한 셔터소리가 제일 큰 장점이다. 윙- 차칵 하는 소리가 시몬스 침대처럼 너무 편안하다. 흔들리지 않고 편안하게 캔디드샷을 찍을 수 있어서 재빠르게 찍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 너무 좋은 카메라이다. 물론, 단점이라면 1/250초 밖에 안되는 셔터스피드에 있는데, 리프(leaf)셔터 치고도 꽤 느린 편이라 아쉽긴 하다. 그래도 오히려 감각적인 무빙샷을..
사사하라 키요아키(기타), 오츠보 카나에(보컬), 후지에다 켄(기타)의 3인조 밴드, 스팽글 콜 릴리 라인. 줄여서 SCLL이라고 많이들 부른다. 이번 앨범에는 아예 제목으로 그렇게 표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혼란스러웠던 98년에 결성한 지금으로 보면 꽤 나이든 밴드인데 나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듣기 시작했다. 이제 3년 되었나? 포스트록 기반에 일본의 정취가 한껏 묻어나 괜시레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든다. 눈을 감으면 문득 열차 바깥에 보이는 푸른색 나무들이 생각난달까. 애정하는 밴드. 작년에 벌써 10집을 냈었는데, 이번에 다시 리마스터링을 해서 무려 46곡(!)을 수록한 앨범을 내주셨다. 편곡도 좀 다시 한 것 같고 전체적인 흐름 매우 좋다. 지난 자신들의 활동을 돌아보는 앨범인듯. 잠시..
재일동포 정진성 지음 "역사의 무게를 온 몸으로 받으며 버티는 삶" 진짜 바퀴벌레는 누구인가 작년, 2017년에 개봉한 이일하 감독의 다큐멘터리 를 본 적이 있다.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 속칭 ‘재특회’라 불리는 극우 집단의 혐한 시위에 맞서는 일본인들을 다룬다. 그들은 전직 야쿠자 출신이 주축이 되어 조직한 ‘카운터스’라는 집단으로, 무식할 정도의 육탄전으로 강렬하게 저항하며 재특회와 공권력에 저항하며 싸운다. 일장기를 흔들며 “조선인을 죽이자”라고 외치는 재특회 앞에서 “진짜 바퀴벌레는 너희다”라며 돌진하는 그들의 싸움은 스크린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가득 채운다. 그러나 그건 잠시일 뿐, 화면 사이에서 삐져나오는 재일 한국인들에 대한 일본인들의 이중적 시선과 태도, 그리고 그것을 감..
공간으로 세상 읽기 - 전상인 "각 시대를 풍미했던 잔해들의 축적들" 서울 중의 서울 장충동의 동국대입구역 앞에는 오래된 빵집이 하나 있다. 대를 이어 살아남은, 서울 안에서는 꽤 유서있는 빵집인데 ‘과자 중의 과자’ 라는게 이 가게의 표어이다. 요새는 찾아보기 힘든 버터케이크나 사라다빵, 각종 쿠키가 진열대에 빼곡히 자리잡고 있고 옛날도너츠나 생크림빵 같은 기본적인 종류들도 매대 위에 가득히 채워져 있다. 요새 유행하는 아틀리에 베이커리들을 비웃듯이 온갖 빵이 수북히 쌓여 있고 북적이는 가게 속에서 사람들은 한아름씩 빵을 사들고 문 밖을 나선다. 솔직히 그리 대단한 맛은 아닌 듯 하지만 그 인파에 홀리듯 나도 빵을 몇 개씩 집어들곤 했다. 10여년 전, 지방에서 처음 올라와 경험한 서울은 그 빵집과 비..
사당동 더하기 25 — 조은 “난 가난하지만 가난하다고 생각 안 해.” 빈곤을 기록한다는 것에 대하여 작년 나는 약 6개월 간 서울 남쪽에 위치한 구룡마을에 대한 공간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무허가로 점거하고 있는 집들을 철거하기에 앞서, 약 800여 세대에 대한 실태조사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작업이었다. 지리학과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자들이 참여하였는데 나의 임무는 그들이 사는 공간에 대한 기록이었다. 그들이 거주하는 곳의 면적과 시설, 환경 등을 건축 도면이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꼼꼼히 기록하였는데 연탄 양동이 하나, 양말 한 켤레도 모두 기록에 담았다. 그리고 끝으로 왜 구룡마을에 살게 되었으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간략하게 인터뷰를 통해 구술사도 진행하였다. 이 일은 여러모로 힘이 들었다. 악취가 나..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 게오르그 짐멜 "근대 속 인간의 삶 그 자체" 단면에 담긴 세상 일본의 사회학자 기시 마사히코 쓴 이라는 책을 무척 좋아한다. 저자의 담담한 말투와 더불어 ‘단편적’이란 단어가 가지는 이중적 의미가 가슴에 와 닿아 몇 번이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가볍지만 무거운, 일상적이지만 비범한 생의 단면들을 보면서 어쩌면 이 세상은 하나의 큰 법칙이 아닌 무수한 단편들의 집합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보다 사소한 것들에 대해 더 깊은 관심과 관찰을 갖게 되었다.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은 또 한 명의 애정하는 사회학자가 될 것 같다. 당연히 짐멜의 존재에 대해 모른 것은 아니었고 풍문처럼 그의 사상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했었지만 그의 책을 정식으로 대면한 것은 부끄럽게도 이번이 처음이..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 — 데이비드 하비 "이 시대와 똑 닮은 18세기의 파리 이야기" 21세기 : 파리의 어느 관광객 8월의 무더운 여름날, 대학생 1학년인 나는 파리의 어느 이름 모를 관광객이 되어 있었다. 학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유럽을 2주 동안 가게 되었고 그 중 3일을 파리에 머물렀다. 나에게 파리는 그 때가 처음이었다. 세계는 파리지엥과 파리지엥이 아닌 사람으로 나뉜다고 했던가. 파리 외 도시의 모든 이에게 그렇듯이, 나에게도 다른 어떤 도시보다 감격스러운 방문이었다. 독일 칼스루헤에서 야간 기차를 타고 아침 7시에 파리 동역에 내렸고 바로 짐만 맡겨둔 채 씻지도 않고 파리를 활보했다. 루브르의 피라미드를 지나갔고, 미로 같은 오르셰를 들어갔으며 에펠탑의 밤낮을 보았고, 신개선문 아래에..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I-2 일상생활의 구조 — 페르낭 브로델 “도시는 언제나 도시이다.” 도시의 탄생과 성장 우리의 대부분은 도시에 살고 있지만 정작 도시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니, 근원적으로 왜 우리는 '하필' 도시에서 살고 있는가. 산악인 조지 말로리의 말마따나 단순히 ‘도시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Because it(city) is there’ 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바글거리며 살아간다. 분명 그 선택에는 분명히 자신도 미처 인지하지 못한 근원적인 이유가 있을테다. 그리고 그 근원의 지분 상당분은 도시 자체에 있다. 잠시 시간을 거꾸로 돌려 보자. 도시가 갑자기 늘어난, 이른바 도시 빅뱅의 순간으로 말이다. 도시의 탄생 그 시점에서는 이게 도시인지 아닌지 분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