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티의 수도, 파리 — 데이비드 하비 "이 시대와 똑 닮은 18세기의 파리 이야기" 21세기 : 파리의 어느 관광객 8월의 무더운 여름날, 대학생 1학년인 나는 파리의 어느 이름 모를 관광객이 되어 있었다. 학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유럽을 2주 동안 가게 되었고 그 중 3일을 파리에 머물렀다. 나에게 파리는 그 때가 처음이었다. 세계는 파리지엥과 파리지엥이 아닌 사람으로 나뉜다고 했던가. 파리 외 도시의 모든 이에게 그렇듯이, 나에게도 다른 어떤 도시보다 감격스러운 방문이었다. 독일 칼스루헤에서 야간 기차를 타고 아침 7시에 파리 동역에 내렸고 바로 짐만 맡겨둔 채 씻지도 않고 파리를 활보했다. 루브르의 피라미드를 지나갔고, 미로 같은 오르셰를 들어갔으며 에펠탑의 밤낮을 보았고, 신개선문 아래에..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I-2 일상생활의 구조 — 페르낭 브로델 “도시는 언제나 도시이다.” 도시의 탄생과 성장 우리의 대부분은 도시에 살고 있지만 정작 도시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니, 근원적으로 왜 우리는 '하필' 도시에서 살고 있는가. 산악인 조지 말로리의 말마따나 단순히 ‘도시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Because it(city) is there’ 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바글거리며 살아간다. 분명 그 선택에는 분명히 자신도 미처 인지하지 못한 근원적인 이유가 있을테다. 그리고 그 근원의 지분 상당분은 도시 자체에 있다. 잠시 시간을 거꾸로 돌려 보자. 도시가 갑자기 늘어난, 이른바 도시 빅뱅의 순간으로 말이다. 도시의 탄생 그 시점에서는 이게 도시인지 아닌지 분간이..
공간의 경계를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땅에 그어진 하얀색 선을 넘거나 ‘서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표지판을 확인하는 정도로 단순하지는 않다. 경계는 두터울 때도 있고,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끊임없이 변하기도 한다. ‘경계 너머의 땅’이라는 뜻의 월경지나 ‘닫힌 공간’이라는 뜻의 위요지가 대표적이다. 네델란드와 벨기에의 영토가 뒤섞여 있는 도시 바를러가 널리 알려진 사례이지만, 가깝게는 서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명한 함흥냉면 맛집이 있는 중구 오장동(법정동)이 대표적인데, 오장동의 일부가 쌍림동과 을지로 5가, 광희동 1가로 둘러싸여 섬처럼 형성되어 있다. 의주로1가에서도 비슷한 흔적이 남아 있는데 그 일부가 순화동과 의주로 2가에 막혀 고립되어 있다. 서울에 면한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