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정로 철길(railway)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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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감 시간에 가서 떡볶이가 드라이해보이지만, 맛은 좋았다. 

     

    떡볶이의 세계만큼 심오한 메뉴가 또 있을까?

    거의 비슷한 메뉴 구성 속에서 저마다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맛도 다르고 질감도, 색도 미묘하게 다르다. 

     

    그 미묘함이 떡볶이의 세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최소한 90% 이상 비슷해야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물떡볶이니, 짜장떡볶이니 차별화를 이루면 맛집은 되어도 드높은 명성을 가질 수 없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류의 음식은 많지 않다. 무언가가 첨가되면 이미 탈락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떡볶이를 통해 균형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 균형이 조금이라도 깨지면 맛이 다 틀어지고 섬세한 차이가 주는 미묘함도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가게 외관 모습. 안과 밖에 식사 공간이 있다. 

     

    일요일 늦은 오후, 뭔가 가깝게 드라이브는 하고 싶고, 먹을 것도 필요한 느낌이 들어서 떡볶이를 사러 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충정로에 있는 '철길 떡볶이'.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다. 우리는 차를 타고 갔지만 지하철로 가면 충정로역 8번출구와 가장 가깝다. 서울역에서 신의주로 가는 경의중앙선의 축대 위에 있는 가게이다. 

     

     

    주방 전경
    작년까지만 해도 2,000원 대였던 듯. 지금은 3,000원이다. 

     

    8시 10분 전에 도착해서 다 떨어졌을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남은게 있었다. 가격은 거의 떡볶이 표준가인 1인분에 3,000원씩이고 김말이나 튀김만두도 같이 있다. 튀김은 박스에 담겨 있어 아마 다른 곳에서 납품받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보이는 사람은 사장님인 허덕화씨이신데, 이분의 어머니인 설부자씨가 1973년 철길 맞은편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팔던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1990년 건축자재 장사를 하고 있던 지금의 점포로 옮겨와 온 가족이 함께 운영하기 시작했고, 1994년 설부자씨가 숨지자 허씨 부부가 물려받았고, 이후 25년째 가게를 운영중이라고. 즉, 27년 동안 2대째하고 있는 셈이다.   

    아 카메라를 챙겨 왔어야 했는데. 

     

     

    테라스로 넘어가는 입구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
    경의중앙선과 주변 풍경
    주변 풍경

     

    특징이라면 가게 뒷편에 철길 쪽으로 테라스가 조성되어 있는데, 철길과 레벨 차이가 상당해서(최소4m?) 얕으마한 산 중턱에서 먹는 느낌이 있다. 딱 봐도 운치가 있달까. 경의중앙선은 신촌역에서부터 아현고개 지하로 지나가게 되는데 이 지점에서부터 다시 지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다. 그래서 터널 속에서 기차가 다니는 풍경을 바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게도 널판지를 이어 붙인 외관이라 애초에 그런 분위기를 컨셉으로 잡으신듯. 

     

    갔을 때도 사람들이 꽤 자리를 잡고 있었음. 여러명이서 같이 와서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먹고 싶었다. 

     

     

    향후 녹지랑 도로로 편입될 땅

     

    이래저래 도시계획 기반시설 부지로 사용될 모습

     

     

    보통 철길 옆 땅은 철도부지로 잡혀 코레일 땅이거나 시유지인 경우가 많은데, 찾아보니 역시 이 땅도 그랬다. 서대문구에서는 도시계획 상 이유(주변 정리, 방음림 조성)로 철거를 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오래 영업한 곳이다 보니 여러 측면에서 반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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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7/2019071702859.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47년 추억어린 기찻길 옆 ‘떡볶이 가게'...사라질 위기 놓였다

    공원조성 사업으로 무허가 건물 철거 추진 中서대문구 "도시미관, 방음 위해 숲 조성 필요"가게 주인 "역사성·상징성 고려해 살려 달라"‘충정로 ..

    news.chosun.com

    지난 5월 철길 떡볶이 가게 부지 40㎡(약 15평)에 대한 토지수용 결정이 났다. 이 땅은 서울시 소유이지만, 1950년대 이 무허가 건축물이 지어진 뒤부터 이곳에 살거나, 이곳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소유권이 인정돼 왔다.

    이곳에 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1978년부터다. 철길 주변에 무허가 건축물이 도시미관을 해치고, 기차가 다니는 소음을 막기 위해 ‘방음림(林)’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토지수용 등이 쉽지 않아 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러던 중 2017년부터 서대문구청이 다시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서대문구청은 허씨 부부에게 철거·이전에 따른 보상금 3500만원을 주겠다고 제시했지만, 허씨 부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허씨 부부는 이달 중으로 행정법원에 ‘토지수용 재결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게를 보존할 수 있길 가장 바라지만, 최소한 사업을 1~2년만 ‘보류’해 달라"는 청원도 올렸다.

    허씨는 "대다수 시민을 위해서 필요한 사업이라면 당연히 수용에 응할 것"이라며 "당초 5000㎡(약 1500평) 규모이던 공원 조성사업이 158㎡(약 48평)로 쪼그라들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사업을 추진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맞은편에 만들어놓은 숲도 사실상 포장마차 손님들이 담배 피우는 장소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거꾸로 생각해보면 민원인(철길 떡볶이)이 무허가 건물에서 장기간 이익을 추구해 온 것 아니냐"며 "철길 바로 옆에 있는 건축물들은 매우 노후화돼 안전을 고려해서라도 철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7/2019071702859.html

     

    신촌도 그렇지만 이런 곳이 항상 고민이다. 절차 상의 문제도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뭔가 이렇게 도시의 은밀한 곳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쉽다. 도시엔 좀 '불법적 낭만'의 여지도 있으면 좋지 않나. 녹지에 저촉 도로도 포함되어 있어서 결국 다 도로 넓히고, 나무 심어서 정리하겠지만, 이런 곳이 좀 서울 중심부에 숨어 있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보강해서 안전하게 공간을 구성하는 것도. 

     

     

    여튼 포장해와서 먹어 보았다. 거의 끝물에 담아와서 국물이 거의 없는게 넘나 아쉽지만,, 적당한 달달한 맛과 매운 맛의 발란스가 적절하다.

    고추장 보다는 고추가루를 더 주요하게 쓰는 양념 같기도,,

     

    궁금한 분들은 꼭 가게에서 직접 먹어 보길!!

     


     

     

     

     

    철길 떡볶이
    영업시간 : 매일 11:00~20:00 (토요일 휴무) *공휴일 휴무라고 나와있는데, 확인이 필요하다. 우리는 일요일에 갔기 때문.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5-6

    주차 : 거의 불가 (가게 앞 잠시 정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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