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잡지, 그리고 유키오 후타가와 Yukio Futag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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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논 1 시리즈에 리코 GR을 메고 있는 모습

     

    유키오 후타가와(二川 幸夫). 

     

    먼저 고백하지만, 이 분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건축 사진가이자 (스스로 결코 사진 작가로 불리길 원치 않는다고 한다) 1970년 출판사 <ADAEDITA Tokyo>를 차리고 잡지 'GA(Global Architecture)'를 발행한 장본인이다. 사실 국내에서 학교나 중고 서점에서 돌아다니는 GA 작품집은 대체로 오래된, 다소 촌스러운 디자인의 책들만 자주 보이는 편이기 때문에 최근 건축가들의 작업을 쫓는 사람에게는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창간했던 당시에는 전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잡지이자 출판사였다.

     

    몇년 전부터, GA Residential Masterpieces 시리즈가 발간되기 시작했고 나는 최근에 미스의 '투겐타트 주택'과 로스의 '뮐러 주택' 편을 구입하였는데, 큰 판형에 수록된 엄청난 사진들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그 이후로 이 사람에 대해서 디깅하기 시작했고, 흥미로운 사실들을 꽤 발견할 수 있었다. 

     

    그가 촬영한 민가들

     

    1932년 11월 4일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공업 고등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뒤 와세대 문학부에서 들어간다. 거기서 일본 건축, 미술사 교수인 야스시 타나베(田辺泰)의 추천으로 일본 지방의 민가들을 방문하게 되는데 그 구성과 형태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지역적이고 토속적인 디자인 속에 일정한 미학을 발견한 것이겠지. 나도 정확한 지식은 없지만, 이 민가(minka)라는 것이 단순히 전통적 건축 양식이라기보다는 Living machine 에 비견되는 일상적 삶과 시간이 누적된 하나의 집합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길로 그는 일본 전역의 누비며 민가들을 섬세하게 촬영했고, 1957-1959년 사이에 10권의 사진집을 펴낸다. 그리고 이 작업으로 마이니치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마이니치 출판 문화상(毎日出版文化賞)을 수상했다. 불과 25살 즈음에 일어난 일이니,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 작업량이었을 것이다. 그 밀도는 말할 것도 없고..

     

    그 후, 아마도 일본 전통 (혹은 고유의)을 이해하고 재발견하는 작업을 꾸준히 실천한 것으로 보인다. 1965년 출판된 'Forms in Japan' 이라던지, 1970년 토모다 야스다와 함께 출판한 'Living Architecture : Japan'과 같은 책들은 일련의 그 연장선에서 나타난 작업들이다. 우리나라도 그랬지만 일본도 전통성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어나가야 하는지 관심이 많았기에 그 시대적 배경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다 GA를 창립하면서 본격적으로 건축가들의 작업을 촬영하고 소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낙수장
    현대 미술관

     

    첫 작업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에서 출발했고, 20세기를 풍미한 대부분의 '거장' 건축가들의 작업은 다 담아내었다. 프랭크 게리는 거의 40여 년 이상 그와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진을 맡겼고, 후타가와도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건물을 몇 번이고 가서 찍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건축 사진가의 삶이 그렇듯이 그도 왕년에는 거의 2/3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현장에 갔을 때 자신의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사진을 찍지 않았다가 아니라, 찍을 수 없었다는 것. 뭐 진짜 안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단순히 사진 작가가 아니라, 일종의 사진이라는 시각 매체를 활용하여 건축을 평가하는 비평가였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화라고 느낀다. 그만큼 그는 당대의 '좋은' 건축을 셀렉하는데 능했고, 그래서 건축가들에게는 그의 사진에 담기는 것을 굉장한 영광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현재의 이안 반이나, 엘 크로키의 위치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세지마, 자하 하디드 등 초기 작품부터 건축가들을 발굴하여 잡지에 수록했었다. 

     

    그의 사진은 '기록'으로서의 역할에 무척 충실하다고 느낀다. 하나의 건물을 정말 꼼꼼히 담아내는 동시에, 그 공간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게 현장감을 중시한다는 인상이 있다. 보는 사람을 압도하고 공간 내로 이끄는 무언가가 있달까. 그의 시각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혹은 판형의 문제인지, 혹은 계조에서 비롯되는 음영의 깊이인지, 나 또한 좀 더 공부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시게루 반도 그가 건축 대학을 졸업하고 난 직후 후타가와의 사무실에서 그의 조수로써 첫 일을 시작했는데, 해외 출장 조율이나 사진 촬영의 보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시게루 반의 얘기들을 들어보면 진짜 따라 다니면서 돕기도 하고 건물 보러 많이 다닌듯. 흥미로운 일화들이다.  아래 인터뷰 참고. 

     

    더보기

    2012년 10월 10일, 코키 히라누마(平沼孝啓), 아시자와 류이치 (芦澤 竜一)와 시게루 반(坂 茂)의 대담 중 

     

    히라누마 : GA의 후타가와 씨로부터 시게루 반 씨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무렵의 자란 집이 지금의 GA 근처였습니까? 아, 아들 유키오씨와 동급생이었다던가?

    반 : 네? 아버지?

    히라누마 : 앗, 네. 유키오씨의 아버지입니다.

    반 : 아, 후타가와 아버지? 어라, 히라누마씨에게? 뭐라고 했어요?

    히라누마 : 뭔가 이렇게, 시게루 반 씨가 후타가와 씨의 따님 아니면 아드님? 저는 아드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사이가 좋아서 건축을 배우고 있던 것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만.

    반 : 아니, 그건 따님 분과 뉴욕에 있었을 때 이웃이었습니다.

    히라누마 : 아, 그렇습니까?

    반 : 후타가와 아버지에게?

    히라누마 : 네. 아버지께.

    반 : 사진작가?

    히라누마 : 네. 사진작가.

    반 : (웃음) 그럼, 이제 시효니까 말씀드릴게요. 하지만 별로 말하지 않았다고 할까, 말하지 말라고 그에게 들어서.

    히라누마 : 앗, 죄송합니다.

    반 : 아니, 그렇지 않아요. 왜냐하면, 제 첫 번째 일은 후타가와 씨의 어시스턴트였기 때문이에요.

    히라누마 : 어, 아, 그렇습니까!

    반 : 실은 대학을 졸업하고, 제일 먼저 후타가와 유키오씨의 어시스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히라누마 : 어. 그래요? 그건 처음 알았어요.

    반 : 아니, 그래서 같이 해외에 데려다 주거나 여행을 해서. 그러니까, 후타가와 씨의 몇 개의 사진 예를 들면 알바 알토의 자택 뒤에 제가 가방을 메고 이렇게 서있는 거죠

    히라누마: (웃음)

    반 : 후타가와 씨가 좋은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건축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씀해 주신 겁니다. 그런 기회를 주시고, 후타가와씨는 그 후에도 뉴욕에 있는 것이 좋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만, 그 후 저는 일본에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히라누마 : 와, 그랬군요.

    반 : 후타가와 씨에게 있었다니, 비교적 자기에게 플러스가 되잖아요. 그래서 후타가와 씨로부터 꼭 그걸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몇 십 년 동안 말 안 했어요.

    히라누마 :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반 : 아니 그렇지 않아요.(웃음) 하지만 후타가와 씨가 그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면, 이미 시효가 지났으니 좋네요. 정말로 그 덕분에 지금에 내가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저는 그때까지, 아트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후타가와상과 여행으로 알토를 보러 갔기 때문에, 저의 건축 인생이 크게 바뀌었다고 볼 수 있어요.

    히라누마 : 그 정도의 영향이 있었던 것이군요. 후타가와 씨를 따라 가신 것은 쿠퍼 유니온에 재학하고 있을 때입니까?

    반 : 아니, 졸업한 후인 85년 입니다.

    히라누마 : 그래서, 사카 씨에게 있어서 후타가와 씨에게 취직한 것이 첫 번째 일이라고 말씀하신 거군요.

    반 : 최근에는 후타가와 유키오씨를 모르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조금 이야기해 두겠습니다. 지금은 여러 새로운 잡지가 생겼기 때문에 여러분 그만큼 GA라는 건축 잡지의 영향력을 모를지도 모르지만, 당시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건축의 기준을 만들고 있는 잡지가 GA 후타가와 유키오였습니다. 다른 잡지라면 어떤 건축작품이라도 싣겠지만 GA만큼은 후타가와 유키오가 직접 보고 마음에 안 드는 건 절대 싣지 않았어요. 후타가와씨는, 사전에 스스로 건축물을 보고, 찍고 싶다고 생각하고 게재를 결정하고 나서 건축가에게 컨택트를 하는데, 그 무렵, 제가 영어를 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컨택트를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이, 확실하네요, 후타가와씨가 만든 GA House 촬영으로, 노르웨이의 도랑에 갔는데, 그 도랑에 있는 건물을 후타가와씨가 찍자고 해서, 제가 그 건축 설계자에게 전화한 것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설계자가 감동하고 있는 겁니다. 세계적인 후타가와 유키오가 자신의 작품을 봐주고, 그리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해준다고. 당시 후타가와 유키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 세상의 유일한 기준이었던 것이지요. 그 감동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서, 그래서 나도, 장래에는 후타가와씨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히라누마 : 그렇군요.

    반 : 그것이 하나의 목표였습니다.

     

    (출처 : 217.aaf.ac/)

     

    그는 건축가 뿐 아니라 비평가들과도 교류가 깊었고, 그의 사진집의 상당 부분은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거나 적어도 겐고 쿠마와 같이 건축가들의 글이 서평처럼 함께 실린다. 그래서 최근에는 일본 내 주류 건축가들의 작품집이 다수 발간되는게 눈에 보인다. 겐고 쿠마나 소우 후지모토, 이시가미 준야 등의 책이 그렇다. 돈만 많다면 다 사 모으고 싶은 마음. 가장 최후의 작업으로 일본의 정원들을 담아내었다. 아래의 책. 

     

    casabrutus.com/architecture/42939/2

     

    構想から60年。故・二川幸夫最後の写真集が完成。

    日本を、いや世界を代表する建築写真家・二川幸夫。優れた出版人でもあった彼の最新写真集が刊行。御所と離宮の庭園、そして建築のみにフィーチャーした一冊には長年探求した、現代へ

    casabrutus.com

     

     

    2013년에 3월 5일에 작고하셨고, 3월 10일에 일본에서 장례식이 있었는데, 스티븐 홀은 베이징 Opposite House Penthouse에서 그를 기리는 토스트도 하였다고 한다. 그가 얼마나 건축가들과 교류가 깊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 그가 설립한 출판사와 잡지 GA는 그의 아들 요시오 후타가와(二川由夫)가 이어서 맡고 있다. 와세대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프린스턴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고,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사진도 찍는다. 투겐타트 주택 편을 보면 유키오와 요시오의 사진이 시간 차를 두고 함께 실려 있어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다. 인스타그램도 하심.(www.instagram.com/yoshio_futagawa_ga/?hl=en).

     

     

    유키오 후타가와의 생전 모습과 스티븐 홀, 그리고 아들 요시오 후타가와.

     

    모든 창조적인 작업물은 그것을 이해하고 알리는 과정이 함께 수반되어야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모든 예술가 및 창작가는 기본적으로 관종의 기질을 가져야 하고 (자신의 작업이 타인의 필요가 되길 바라지 않는가), 그것을 멋지고 훌륭하게 담아내는 사람을 만나길 소원한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이어 출판사를 이어가고, 본연의 역할 속에 스스로를 위치해 가는 모습에 나도 매료되었다. 특히, 사진이라는 매체는 여전히 21세기에도 큰 영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나는 어떤 공간을 보고 또 담을 수 있을까. 

     

     


     

     

     

     

    (참고)

     

     

    ja.wikipedia.org/wiki/%E4%BA%8C%E5%B7%9D%E5%B9%B8%E5%A4%AB#cite_note-4

     

    二川幸夫 - Wikipedia

     

    ja.wikipedia.org

    www.amazon.co.jp/GA%E6%97%A5%E8%A8%98-%E4%BA%8C%E5%B7%9D-%E5%B9%B8%E5%A4%AB/dp/4871406660/ref=sr_1_1?ie=UTF8&s=books&qid=1259443433&sr=8-1

     

    GA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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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amazon.co.jp

    made-in-wonder.com/item_detail.php?item_id=1557

     

    MADE IN WONDER / メイド・イン・ワンダー

    (Used&New) オンラインブックストア / 写真、アート、デザイン、ファッション、ライフスタイル... Online Bookstore / photography, art, design, fashion and life style...

    made-in-wonder.com

    synectics.exblog.jp/1212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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